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
주식 발행량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공매도 포지션을 쌓은 것을 공매도 주체별로 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제도.
가령 A라는 헤지펀드가 전체 발행 주식 수가 10만주인 B종목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 공매도 포지션을 쌓았으면 이 내용을 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식이다. 공매도에 의한 시장교란과 주가 왜곡을 막아 투자자피해를 최소화하가 위한 것이다.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상당수 선진국이 공매도 보고제도와 공시제도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도 2012년 6월 공매도 포지션 보고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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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기사
거래 늘리고 거품 제거 순기능…규제하면 하락폭만 더 키워
(한국경제 2012-06-09)
![](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6/2012060835151_2012060866891.jpg)
시장이 급락할 때마다 공매도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공매도는 비정상적인 매매이고 가격 하락을 부추기며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위기 때마다 손쉬운 비난 대상이 됐다. 금융시장에서 공매도의 역사는 400년 정도인데, 공매도 규제 역사도 똑같이 400년이다. 공매도에 대한 반감은 이처럼 뿌리가 깊다.
하지만 공매도에 대한 비난은 대개 ‘희생양 찾기’의 산물일 때가 많았다. 비난의 실증적 근거가 취약하다. 공매도는 경제적 순기능을 갖는, 단순하고 합법적인 투자전략의 하나에 불과하다. 비난이 옳았다면 400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공매도는 이미 사라졌어야 하지 않을까.
공매도는 자산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가 해당 자산을 빌려 매도하고 추후 해당 자산을 매수해 되갚는 전략을 말한다.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매도대금을 은행에 예치해 두었다가, 나중에 주식을 매수해 빌린 주식을 되갚는다고 치자.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이 발생하고 상승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고 나중에 주식을 매도해 빌린 돈을 갚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수익구조가 정확히 반대라는 점만 차이가 날 뿐이다. 은행 대출금리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본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면 주식의 기대수익률보다 은행 예금금리가 높을 것 같다면 주식을 빌려서 팔고 그 돈을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논리적인 선택이다. 공매도가 비정상적이고 불공정한 투자 방식이라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공매도의 순기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공매도는 우선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시킨다. 공매도가 불가능할 경우 자산 매수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매도를 통해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긍정적 정보와 부정적 정보 생산에 비대칭이 발생한다.
공매도 투자자는 부정적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함으로써 가격 발견의 효율성에 기여하는 한편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폭락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또 공매도 투자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을 자산을 빌려와 매도함으로써 자산 공급을 확대하고, 이후 자산을 되갚기 위해 매수함으로써 자산 수요를 확대한다. 공매도는 이처럼 새로운 거래를 창출해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1206/2012060835151_2012060866901.jpg)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7개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공매도 규제 강화 조치를 취했다. 이후 규제 강화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많은 분석이 이뤄졌다. 결론적으로 공매도 제한은 실패한 조치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공매도 제한으로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을 막긴 했지만 그 이후 하락폭이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제한한 주식에서는 부정적 정보가 효과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거래량은 줄고 거래비용이 늘어나는 한편 변동성은 동시에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자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또다시 금융주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조치를 취한 국가는 2008년 당시보다는 훨씬 적은 7개국에 불과했다. 이 역시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규제 강화 조치 직전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비중은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고, 금융주의 급락은 보유자의 매도가 원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도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놓았다. 당시 상장 주식 전체에 대해 전면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한국과 그리스 2개국뿐이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 공매도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공매도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공매도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감수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공매도 제한은 유동성, 변동성, 가격 발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시적인 과대 평가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규제 강화 조치에 실효성이 없다면 이는 희생양 찾기에 불과하다. 섣부른 규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는 커녕 시장의 효율성과 규제의 신뢰성만 해칠 뿐이다.
공매도 규제가 필요하다면 단계적으로, 한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 참여자의 과잉 반응이 우려스럽거나 불공정 행위와 결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질 경우 단계적인 방식으로 공매도의 속도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매도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감독 강화, 공매도 보고 의무 강화, 담보율 상향 조정 등의 낮은 수준부터 투자자별 순매도 포지션 관리, 공매도 가능 물량이나 가능 주식 제한 등의 높은 수준까지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제로 인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대량 공매도 보고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매도에 대한 상시적 관리·감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공매도에 대한 과잉 규제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국내 시장에서 공매도가 정상적인 투자 방식으로 활용되고, 가격 효율성과 시장 유동성에 기여하려면 인식 역시 개선돼야 한다. 공매도 투자자가 관련 규정을 위반하거나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이는 투자자의 문제이지 공매도의 문제는 아니다.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가 문제이지 자동차가 문제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즉 주가 하락을 예측하는 것과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규정 위반이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투자자 역량의 문제다.
공매도는 단지 특정 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게 평가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공매도를 제한한다고 해서, 또는 허용한다고 해서 자산의 본질가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공매도에 대해 ‘편견 없는 이해’가 필요하다. 다양한 투자자가 공매도를 투자전략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김준석 < 자본시장硏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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