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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교보 광화문연가

[교보 광화문연가] 길 - 詩人 고은-

-2000.05.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詩人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 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